♧ 내가 수영장에 가지 않는 이유 ♧
나는 10년 전 여름에 결혼을 했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신혼여행을 갔었는데…
낮술에 취하면 아버지도 몰라본다더니
그 말이 딱 맞더라고요.
결혼식 뒤풀이로 먹은 술로 곤드레가 된 인간도
신랑이라고, 한심하게…
호텔에 도착한 나는 기가 차서 한숨만 나옵디다.
신랑을 침대에 눕혀놓고 한 참을 서성이던 나는
"자갸, 나 스카이라운지에 밥 먹으러 간다.
지달리고 있을께. 깨거든 얼른 와…
쪼오옥!!!!!!!!!!!!!"
라는 쪽지를 신랑 머리맡에 두고 방을 나왔죠.
혼자 스카이라운지로 가던 나는 무쟈게 화가 나서
스카이라운지 옆에 있는 칵테일 바로 들어갔습니다.
칵테일 바에서 이 술 저 술 한잔씩 쭉 걸친 나는
바텐더에게 "초옹각, 여기 수영할 데 없어요?" 하고 물으니
"옥상에 수영장이 있는데 지금은 아마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라고 대답하는지라…
신랑은 곯아떨어지고 한 잔 걸쳤겠다 날씨마저 후텁지근하니
수영이라도 하기 위해 나는 옥상 수영장으로 갔죠, 뭐.
유리로 된 수영장 바닥은 형형색색의 조명등이
위로 환하게 비추고 있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
기분이 야릇해 지데요.
그래서 나는 속옷만 입고 수영장에 첨벙 빠져버렸습니다.
수영을 하니 기분이 참 좋아지데요.
그래서 속옷마저 홀라당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혼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야, 빨리 나와라, 빨리, 빠알리이…”
하는 소리가 들려 입구 쪽을 보니
신랑이 타월을 한 장 들고 나보고 빨리 나오라며
고함을 치며 나에게 오고 있더라구요.
나는 신랑을 보니 은근히 화가 나대요.
그래서 신랑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골려주려고
수영장 바닥으로 잠수를 하여
조명등에 나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죠.
그러자, 신랑은 옷을 입은 채로
물로 첨벙 들어와 수건으로 나의 알몸을 감싸주며 하는 말
“자기야, 이 수영장 바닥은 유리다.
이 밑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너 알몸으로 수영하는 거 다 보이더라.
빨리 나가자,,,,,,, 빨리……”
그날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수영장에는 가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옥상 수영장에서는 알몸 수영을 절대로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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